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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문
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의술의 신으로 추앙되던 아스클레피오
스 신에게 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그들의 병을 보살피겠다는 선한 의지
를 고백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후 의사 가운을 입고 첫발을 내딛는 모든
의료인들에게 참된 의료로 안내하는 이정표로 굳건히 서 있다. “참”이라는 단
어는 이미 확립된 기존의 틀 안에 있는 지식, 기존의 틀에 도전장을 내미는
새로운 틀 안에 있는 지식, 논리의 틀 안에는 없으나 경험적으로 가치가 확인
된 틀 밖에 있는 지식 그 모두를 포용하는 단어다. 미처 적용해 보지 않았다
고 해서, 또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한다고 해서 들으려 하지 않고 수
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환자를 선량한 방법으로 보살피겠다는 히포크라테스
선서에서 멀어진 게 아닌가?
끊임없이 과거의 지식을 배우고 익히며, 현재의 새로운 지식에 눈을 돌려
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, 미래의 지식에 귀를 열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
자세는 참된 의료로 향하는 근본이 된다. 서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이
고 분석적인 방법에 의해 많은 질병이 효율적으로 해결되었으나, 만성적이고
복합적인 질병에 있어서는 “정기”의 회복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는 동양 의학
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. 전통적으로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“기”는 활기참,
솟아오르는 생명력, 지치지 않는 힘 등으로 해석되는데, 이를 의학적으로 표
현한다면 기초대사의 활성화 또는 면역력의 조화로운 회복이라고 할 수 있
다. 한편, 동서양의 의학적 지식을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하여 환자를 보다 종
합적으로 보살필 수 있다면, 이는 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그들의 병을
선한 의지로 보살피겠다던 히포크라테스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이 아
닐까?
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부족과 과도 사이의 중간 개념
인 중용을 윤리학의 근본으로 삼았는데, 이때의 중용이란 양 극단 사이의 중
간을 취하는 것이되 수량적인 중간치가 아니라 최선성(the best)을 의미하는
것이었다. 환자의 병을 다루는 의사에게 있어서 이처럼 중요한 미덕이 어디
있을까? 의사에게 병과 환자라는 양 극단은 어느 한 쪽에만 집중하여 다른
하나를 간과하거나 또는 너무 지나치게 공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, “적당히”
가 아닌 최선의 방법으로 최상의 결과를 가져 오도록 자신의 모든 지식과 기
술을 동원해야 한다. 그러기 위해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지식과 기
술, 경험을 논하고 나아가 활용하는 진취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. 이 책에서는
사람을 치료함에 있어 동서양 의학의 구분을 두어 한정시키는 오류를 피하고
오히려 동서양 의학의 지식을 결합하여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
방법을 폭넓게 논해 보고자 한다.

조태환정형외과, 조태환한의원 원장 조 태 환
이노한의원 원장 박 경 미